[인터뷰] 뮤지컬협회 이유리 이사장 "시장 붕괴 직전…독립적 산업이라는 인식 필요"

 

2021-01-26

  • “동반자 외 거리두기=동반자 외 한칸 띄어앉기”
  • “공연 업계 특수성 고려해야”
  • “독립적 산업 분야로서 정체성 확립 필요”

“뮤지컬계는 ‘두 칸 띄어앉기’가 지속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요. 이번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뮤지컬 시장은 붕괴될 것입니다. 지금은 손해를 볼까 봐 공연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공연을 지속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못 하는 거예요.”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최근 뉴스컬처와 만난 한국뮤지컬협회 이유리 이사장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띄어앉기 지침을 유지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들로 인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방역 지침 조정 촉구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한 이후로도 낙관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 이사장은 대극장 뮤지컬 제작사를 비롯해 대학로 공연 제작사, 극장 등 공연업계 관계자들과 꾸준하게 만남을 가지며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인터뷰]뮤지컬협회 이유리 이사장

‘두 칸 띄어앉기’가 아닌 ‘동반자 외 거리두기’ 적용 촉구

이유리 이사장을 주축으로 뮤지컬인들이 발표한 호소문에는 현 2.5단계 거리두기 지침인 ‘두 칸 띄어앉기’가 아닌 ‘동반자 외 거리두기’ 적용을 촉구해달라는 간절한 목소리가 담겼다. 공연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는 것이다.

‘동반자 외 거리두기’의 근거로 이유리 이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공연업계의 특성이다. 현재 공연장은 강력한 모니터링 하에 문진표 작성, 발열 체크 등 방역 수칙이 철저하게 지켜진다. 이름과 전화번호, 객석 번호까지 하나하나 온라인 문진표에 기입하고, 신분증과 대조한 뒤에야 객석에 입장할 수 있다. 객석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마스크를 벗을 시 제재가 가해진다. 관람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덕분에 지난 1년간 공연장 내 코로나19 감염 전파율은 0%다.

이 이사장은 최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의 “공연은 무대에서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 위험도가 다르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발언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배우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무대에 올라 위험하다는 발상은 공연장 환경을 모르는 것이다. 대형 공연장에서 진행하는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무대와 객석 사이 오케스트라 피트가 있기 때문에 그 간격이 최소 3m, 평균 5m다. 또, 배우들이 무대 끝에 서서 공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과의 거리는 더욱 멀다. 기본적으로 정부 방역 지침에서 강조하는 2m 이상인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

또 “공연은 유통 소비 방식이 일반적인 구조와 달리 사전 예매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방역지침이 바뀔 때마다 관객은 티켓 예매 취소와 환불, 재예매의 불편을 겪어야 한다. 몇 달씩 앞서 장기적인 티켓 판매 계획을 세워야 하는 제작사는 그 수습 부담이 너무 커 티켓 판매 공지를 확신 있게 할 수가 없다. 공연 업의 이런 특수성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공연은 전 국민 대상 생활 필수적인 기본권이 아니라 관객이 스스로 선택해서 결정하는 선택권이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서도 공연장을 선택한 관객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스스로를 보호한다”고 관객이 겪는 부담도 고려했다.

이유리 이사장은 기존 ‘동반자 외 거리두기’를 구체화해 ‘동반자 외 한 칸 띄어앉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거리두기’의 기준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함이다. 그러면서 ‘두 칸 띄어앉기’ 지침 유지는 형평성의 문제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가족, 지인이 같은 교통편을 이용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공연장에서는 띄어앉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인터뷰]뮤지컬협회 이유리 이사장

그러면서 ‘두 칸 띄어앉기’가 지속되면 “한국 뮤지컬 시장은 버틸 수 없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2.5단계 거리두기 지침 시행 이후 2020년 12월의 뮤지컬 장르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90%가 넘게 감소했다. 공연이 줄줄이 중단, 취소되면서 1만 명에 달하는 공연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동반자 외 거리두기’를 도입할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예매처인 인터파크의 추정에 의하면 1인 관람객은 30% 미만이다. 동반 관람객이 더 많은 것이다. ‘동반자 외 한 칸 띄어앉기’를 하면 65% 정도의 좌석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관객의 편의도 해결되고, 공연 종사자들의 생업도 해결이 된다”고 역설했다.

“개인 파산 신청을 한 배우도 있고, 스태프들은 일용직을 찾아다녀요. 더 이상 대출도 못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무대 뒤에 10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있어요. 대형 공연의 경우 300명까지 일을 하기도 하고요. 공연이 사라지니 조명, 음향, 무대 등 장비 회사도 타격을 입죠. 피해 누적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갑니다.”

‘동반자 외 거리두기’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는 의견도 나온다. 티켓 예매시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인 것. 이에 대해서 이 이사장은 “그게 저희의 숙제”라며 “모두가 그 부분을 문제라고 생각하고, 헤쳐나가기 위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시스템 개발에 대해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뮤지컬협회 이유리 이사장

이유리 이사장은 현 상황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다가도 혼란스러운 시기 속 뮤지컬과 뮤지컬인들이 지닌 긍정적인 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뮤지컬의 주제는 사랑, 희망 등 보편적이다. 코로나 현실에 절망하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국민들에게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정서적인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장에 오는 관객들은 현실로부터 다른 차원의 세계로 오는 것”이라고 뮤지컬이 지닌 힘을 이야기했다.

“뮤지컬인들은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향했어요. 이번에도 뮤지컬인들은 그 강력한 자생력의 DNA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뮤지컬 시장이 붕괴된다면 재건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출혈이 따르겠죠. 그래도 뮤지컬인들은 결국 일어날 것입니다.”

◆ 뮤지컬은 이미 산업, 독립적인 장르..인식변화 절실

앞서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가 출범을 알리고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현재 한국뮤지컬협회의 구조 자체가 독특하다. 다른 분야는 각각의 전문성이 협회로 따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한국뮤지컬협회는 창작분과(극작, 작곡, 연출, 안무 음악각독), 제작 분과(각 제작사 및 프로듀서), 배우분과, 무대예술분과(조명,음향,무대,영상,의상,소품 등 스태프), 극장분과, 학술분과 등 분과 형태로 모여있다. 이해 관계가 상충하는 사람들이 한 집에서 공생 방법을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각 분야별로 조합을 구성할 필요가 있고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제작자협회 추진을 응원하고 좋은 모델 사례가 되길 바란다. 상생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힘을 실었다.

이유리 이사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뮤지컬 업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그리고 책임감이 담겨있었다. 최근 발표한 호소문의 주체가 ‘공연계’가 아닌 ‘뮤지컬계’였던 것도 뮤지컬이 하나의 독립적인 문화 산업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이전부터 꾸준하게 뮤지컬이 하나의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해온 그는 “뮤지컬은 이미 산업이고 독립적인 장르인데 계속해서 연극에 포함된 장르처럼 인식돼 왔다. 뮤지컬의 시장 규모, 비즈니스 방식 등에 맞는 방향으로서 호소문을 발표한 것이다. 또 이번 호소가 본의 아니게 연극계에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피해도 막고자 했다”고 밝혔다.

[인터뷰]뮤지컬협회 이유리 이사장

이 이사장은 지난 2018년 8월 한국뮤지컬협회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기존 임기는 2년이나, 이 이사장은 총회의 결의를 거쳐 오는 3월까지 임기를 연장해 업무를 이어간다.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인 것.

팬데믹 시대 이후 한국뮤지컬협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 이사장은 “국가 재난과도 같은 상황이기에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뮤지컬 산업이 특히 힘든 것은 현재 문광부의 장르 분류에 뮤지컬이 연극의 하위 세부 장르로 돼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업계는 이미 규모가 커져 산업군의 하나로 성장해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뮤지컬을 기초 공연예술 장르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위기 상황에서 뮤지컬산업 장르에 맞는 정부의 지원이나 정책이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특히 대형 뮤지컬을 제작하는 프로덕션 등은 피해액이 몇십억에서 100억 수준인데 현재 체제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독립적인 문화산업 분야로서의 정체성 확립이 뮤지컬의 우선 과제이고 한국뮤지컬협회가 할 일이다. 최근에 이병훈 국회의원이 독립적인 산업 장르로서의 뮤지컬 발전 정책 법안을 발의했는데, 우리 뮤지컬계의 오랜 숙원이 현실화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포스트 코로나는 공연의 제작 방식, 유통 방식, 관객의 소비 방식, 공연장 개념까지 바꿀 겁니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주 클 것이고 창작뮤지컬의 가치는 더 커질 겁니다. 그렇기에 뮤지컬 산업을 위한 별도의 정책과 창작 거점과 인력 육성의 장기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뮤지컬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뮤지컬산업이 지닌 글로벌 경쟁력의 미래 가치 때문입니다. 한국이 주도하는 뮤지컬 원아시아 마켓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닦는 것도 한국뮤지컬협회가 할 일이죠.”

사진=김태윤 기자

[출처] 뉴스컬처 (https://nc.asiae.co.kr/view.htm?idxno=202101230956089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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