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공연문화 넘보는 힙합] PART 2. 영화·뮤지컬에도 힙합 - CNB저널

[문화 – 공연문화 넘보는 힙합] PART 2. 영화·뮤지컬에도 힙합

‘인더하이츠’ 등 부분차용에서 전면활용으로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작품의 주요 넘버에 랩을 차용했다. 사진은 공연의 한 장면. 사진 =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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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영화와 공연에서도 힙합 콘텐츠가 대세다. 9월 10일 개봉한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갱스터
랩의 선구자로 불리는 힙합 그룹 ‘N.W.A’의 일대기를 그린다. 도끼는 영화에 대해 “내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나 힘들었을 때가 생각나 인상
깊었다. 힙합 뮤지션으로서 모두가 겪는 고충을 말해주기 때문에 영화 자체가 힙합”이라고 감상평을 밝혔다.

 

국내 최초의 힙합 영화제도 열린다. ‘제1회 서울힙합영화제’가 10월 29일~11월 1일 KU시네마테크에서 진행된다. 유행으로서의
힙합이 아닌, 음악이자 문화, 삶의 방식으로서의 힙합이 지닌 복합성과 그 예술적 함의를 알리는 데 초점을 둔 행사다. 젊은 힙합 세대를 위한
성장/코미디 영화인 개막작 ‘도프’를 포함, ‘프리스타일: 더 아트 오브 라임’, ‘보이즈 앤 더 후드’ ‘슬램’ ‘스타일 워’ ‘러브존스’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등을 상영할 예정이다. 이 밖에 그래피티 전시 ‘한국힙합: 비주얼 스토리’도 열린다.
 

 

공연계에서도 힙합 관련 콘텐츠가 눈에 띈다. 가장 근작으로 뮤지컬 ‘해밀턴’과 ‘인 더 하이츠’가 있다. 현재 미국에서 화제인
‘해밀턴’에도 국내의 관심이 쏠린다. 8월 미국에서 정식 개막한 신작 뮤지컬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10달러 지폐의 얼굴이기도 한 알렉산더
해밀턴의 삶을 중심으로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미국 건국 시기 대통령들의 활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든 음악이 랩과 힙합으로 구성됐는데,
이 공연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빌보드 랩 부분에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힙합 소재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상영 행사에 참여한 (왼쪽부터) 김봉현 음악비평가, 더콰이엇, 도끼. 사진 = KU시네마테크

 

과거 브로드웨이에서는 힙합이 뮤지컬에 적합한 장르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힙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관객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해밀턴’은 오바마 대통령이 관람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배우이자 래퍼인 린 마누엘 미란다가 작사, 작곡,
주연을 모두 소화했다. 도전적이고 거침없는 해밀턴의 캐릭터가 자유로운 힙합 음악과 잘 어우러졌다는 호평이다.

 
린 마누엘 미란다의 또 다른 작품 ‘인 더 하이츠’는 현재 국내에서 공연 중이다. ‘힙합 뮤지컬’을 표방한 ‘인 더 하이츠’는 SM
C&C의 두 번째 제작 뮤지컬이기도 하다.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모인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고달픈 삶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싱잉 인 더 레인’으로 혹평을 받았던 SM C&C는 ‘인 더 하이츠’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라틴 음악을 기본으로 랩, 스트리트 댄스가 어우러진 공연에 아이돌 스타 캐스팅도 잘 어우러졌다. 이지나 연출은 9월 연습실 공개에서
“그간 내 작품에 아이돌이 출연하면 안 된다 싶으면 거절했는데, ‘인 더 하이츠’는 아이돌에게 최적의 작품”이라며 “뮤지컬에는 생소한 랩이
들어가는데 아이돌들이 잘 소화하며 매력을 살린다”고 밝혔다.

 

다른 공연에서도 랩을 차용하는 경우는 많았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서도 주요 넘버(노래)에 랩을 차용했다.
‘무한동력’ ‘고래고래’ 등도 랩 넘버를 포함했다. ‘체스’의 한 넘버에서 “처음으로 랩에 도전했다”고 신성우가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인 더
하이츠’는 극 중 일부가 아니라 음악과 춤이 전반적으로 라틴을 기반으로 한 힙합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국내 최초 힙합 영화제 등 이어져…“어려움 속 희망 이야기”

 

원미솔 음악 감독은 연습실 공개에서 “작품의 메인 장르는 라틴 힙합이다. 라틴의 열정과 힙합의 자유스러움이 녹아 있어 두 장르의 에너지
모두를 맛볼 수 있다. 캐릭터들의 자유로움과 열정, 슬픔, 한을 고스란히 표현한다”고 밝혔다. 채현원 안무감독은 “대중과 가깝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힙합과 스트리트 댄스에 현대무용을 넣는 참신하고 신선한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첫 시작부터 워싱턴 하이츠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우스나비가 랩을 읊조리는 ‘인 더 하이츠’ 넘버를 선보인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에선 라틴 음악을 기반으로 랩과 스트리트 댄스가 어우러진다. 워싱턴 하이츠에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는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다. 사진 = 마케팅컴퍼니 아침

 

공연장에는 젊은 관객층이 주를 이루지만 중년층 또한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한 중년 부부는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을 나서며 “이거 생각보다
신나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랩과 화려한 스트리트 댄스에만 열광하는 게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인 더 하이츠’는 힙합 정신이 젊은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노래들이 톡톡 튀는 가운데 특히 사랑받는 넘버이자 앙코르 곡으로 등장하는 ‘9만 6000달러’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당장
내일 망할 수도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워싱턴 하이츠의 주민들이 ‘만약 9만 6000달러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각자의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넘버다. 젊은 3포 세대엔 희망의 메시지를, 중년층엔 과거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게 하며 어필한다는 평이다. 앙코르 곡으로 이
넘버가 다시 등장할 땐 다양한 연령층이 모두 일어나 힙합 리듬을 타며 박수를 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힙합 뮤지컬 ‘비트’도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18살 고등학생들이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한 팀이 돼 넌버벌
퍼포먼스 힙합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트리트 댄스, 힙합, 랩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연극 ‘친정엄마’의 연출가 이효숙이
연출, 피플크루의 멤버 황원준이 안무 감독으로 참여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2014년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 책임 프로듀서를 맡으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미국 힙합의 전설인 투팍
샤커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진 = 오디컴퍼니

 

거센 힙합 열풍을 타고 미국 브로드웨이로의 진출이 이뤄지기도 했다. 2014년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 책임
프로듀서를 맡으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한국인이 책임 프로듀서로 나선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건 처음이었다. 2014년 6월 브로드웨이
팰리스 극장에 오른 이 작품은 미국 힙합의 전설인 투팍 샤커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뮤지컬이다. 투팍의 시와 가사를 토대로 만들어졌고, 총
82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왜 이렇게 여기저기서 힙합을 외칠까? 임선하 한국예술원 방송연예/공연기획 예술 매니지먼트과 교수는 “공연계에 부는 힙합 열풍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본래 뮤지컬 등 공연에서 힙합을 차용하는 건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다만 대중이 가장 접하기 쉬운
매체인 방송을 통해 힙합 콘텐츠가 대세가 되면서 동시에 주목 받는 공연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걸 새로운 열풍이라고만 보긴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다.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의 한 장면. 갱스터 랩의 선구자로 불리는 힙합 그룹 ‘N.W.A’의 일대기를 그린다. 사진 = UPI코리아

 

그는 이어 “열풍을 타고 힙합을 내세우는 공연들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열풍에만 휩쓸려 본질적인 공연의 깊이를 함께 살리지 못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기거나 금방 잊히는 공연이 될 수 있다.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뤄야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진국 여우별컴퍼니 대표는 “힙합 콘텐츠는 연극 쪽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리듬감 있는 힙합이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뮤지컬에는 잘 어울릴 수 있지만 스토리의 힘으로 끌고 가는 연극에는 아직 조화가 어려운 것 같다. 퍼포먼스 극 등이 있지만 연극 제작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힙합을 소재로 극을 꾸릴 수도 있고, 힙합
장르에 관심이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새로운 연극을 보여줄 가능성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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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영 기자 [CNB저널 제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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