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재단 소유·운영 사례 보니… 비상업적 공연장, 이곳이 사는 법 - 국민일보

기업 문화재단 소유·운영 사례 보니… 비상업적 공연장, 이곳이 사는 법

기업이 운영하는 곳은 韓·日뿐… 사회공헌 차원 그룹 기부 ‘생명줄’

입력 2016-03-27 19:21 수정 2016-03-27 21:14

 

오는 8월 개관을 앞둔 서울 송파구 롯데 콘서트홀의 운영 방향에 대해 문화예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년 가까이 개관 준비를 이끌던 김의준 전 대표가 운영 적자의 최소화를 요구하는 롯데그룹 경영진과 갈등을 겪다가 최근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롯데 콘서트홀은 롯데그룹이 사회공헌을 위해 1500억원을 들여 지은 클래식 전용홀로 롯데문화재단이 운영한다. 롯데문화재단은 콘서트홀 운영을 위해 신동빈 회장이 출연한 100억원, 3개 계열사가 출연한 100억원을 합한 200억원을 조성금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권위 있는 콘서트홀로 성장하기에는 재단 자산이 적은 편인데다 티켓 판매와 대관 외에 부대수입을 거둘 수 없어서 후원이 절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 콘서트홀처럼 국내외에서 기업이 비상업적 공연장을 운영하는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직 구체적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롯데 콘서트홀의 운영에 참고 모델이 될 듯하다.

◇기업이 비상업적 공연장 운영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뿐=공연예술의 역사가 긴 유럽의 경우 전통적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공연장을 건설한 뒤 운영을 지원하는 공공극장 시스템이 발달된 편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국가나 지자체보다 비영리재단이 기업과 개인의 기부를 이끌어내 공연장을 짓고 운영해 왔다. 미국의 경우 기부에 대해 세제 혜택이 매우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나 AT&T 퍼포밍아트센터는 각각 월트 디즈니의 미망인과 통신회사인 AT&T가 건설비의 대부분을 낸 만큼 공연장에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운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공연이란 장르의 속성상 라이브로 진행되어야 하고 인력 집약적이다 보니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해마다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미술관을 소유한 기업은 많아도 예산이 점점 늘어나는 비상업적 공연장을 소유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적은 이유다.  

공공극장 시스템의 역사가 짧은 한국과 일본은 일부 대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비상업적 공연장을 짓고 운영해 왔다. 그동안 국가와 사회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았던 만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식음료 및 주류회사인 산토리그룹이 1986년 세운 산토리홀이 대표적이다. 산토리홀의 경우 운영비는 물론, 모리그룹 토지 위에 지어져 사용료 수억 엔 등 매년 수십억 엔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토리홀을 직접 운영하는 산토리예술재단은 적자 규모를 공개하진 않지만 매년 그룹에서 기부금을 받아 충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산토리그룹이 이런 메세나 활동을 펼치는 데는 주식의 90% 이상을 소유한 토리이(鳥井)와 사지(佐治) 가문이 대대로 예술 애호가인데다 폐쇄적인 가족 경영 체제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다. 

◇비상업적 공연장의 안정적 운영과 권위는 모그룹의 후원과 비례=한국에선 LG그룹의 LG아트센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아트홀, 두산그룹의 두산아트센터(이상 서울), GS칼텍스그룹의 예울마루(여수) 등이 기업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비상업적 공연장으로 꼽힌다. 이들 공연장은 모두 각각의 그룹이 만든 비영리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문화예술 분야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다.  

LG아트센터는 시즌제와 패키지 티켓 판매, 뮤지컬 장기공연 등으로 공연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금호아트홀과 두산아트센터는 각각 클래식과 연극 분야에서 재능있는 유망주를 적극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금호아트홀은 한국 클래식계 최고의 후원자였던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시절 지금과 같은 확고한 방향성을 구축했다.  

LG아트센터를 운영하는 LG연암문화재단은 2000년 개관과 함께 LG그룹으로부터 530억의 조성금을 받아 그 이자 수입으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금리가 점차 낮아지면서 수익이 줄자 2011년부터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운영비로 쓰고 있다. 금호아트홀을 운영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역시 그룹으로부터 매년 기부를 받아 운영비를 대고 있다.  

두산아트센터를 운영하는 두산연강재단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이 상당히 많은 편이어서 두산그룹으로부터 운영비를 받지 않는다. 또 예울마루는 GS칼텍스문화재단이 매년 그룹으로부터 40억원 정도의 기부를 받아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이현정 공연기획팀장은 “기업 메세나 가운데 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후원은 다른 어떤 것보다 순수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비상업적 공연장을 운영하는 것은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다만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만큼 메세나에 대해 기업의 상황에 맞는 적정선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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