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뮤지컬창작의 세대 교체-이투데이

이유리 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 소장·창작뮤지컬 프로듀서

 

올해 초 한 매체의 질문에 2015년은 ‘뮤지컬 창작자들의 세대교체 원년’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2015년의 끝자락에서 그 예측은 증명이 되는 편인데 우선 창작뮤지컬이 소재와 주제, 양식 면에서 다양해졌고 창작뮤지컬의 원동력인 전문 작가, 작곡가, 연출가의 새로운 활력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작가와 작곡가의 콤비 플레이의 산물이다. 올해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창작뮤지컬의 여러 지원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신진 작가와 작곡가가 철저한 파트너십을 이뤄 한국 뮤지컬 시장에 인력 풀을 늘렸다는 것이다. 특히 뮤지컬 창작의 가장 핵심적 인력이면서 한국 뮤지컬의 절대 부족한 뮤지컬 작곡가 리스트에 최종윤, 이성준에 이어 ‘아가사’와 ‘위대한 캣츠비’의 허수현, ‘나는 조선의 아이돌이다’와 ‘웰 다잉’의 이숙진, ‘로기수’의 신은경 등의 작곡가들이 주목 받았던 것은 의미가 크다.

 

 

창작뮤지컬 성공 여부의 핵심 요인인 뮤지컬 전문 연출가가 부족한 것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오랜 고충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새로운 연출가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연극으로부터 출발해 뮤지컬 무대에서도 희망적인 비전을 보여준 ‘로기수’의 김태형, ‘아리랑’의 고선웅, 그리고 ‘바람직한 청소년’으로 돌아온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민준호, 또 작곡과 연출을 겸하며 ‘오디션’, ‘밑바닥에서’ 등으로 주목받은 박용전은 ‘곤 더 버스커’로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줬다. 특히 한국 연극의 대표적 연출가인 고성웅은 뮤지컬 ‘아리랑’을 통해 뮤지컬에서도 배우들의 동선과 섬세한 연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관객 정서를 좌우하는지 모범적으로 선사해 줬다.

 

창작자들을 해외의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프로덕션도 늘어나고 있다. 내년에 가장 주목받는 창작뮤지컬인 ‘마타하리’의 경우, 음악뿐만 아니라 대본(아이반 멘첼), 연출(제프 칼훈)까지 창작진을 해외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올해 화제작이었던 일본 라이선스 뮤지컬 ‘데스 노트’는 일본의 유명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를 통해 뮤지컬 연출의 새지평을 열어 주었다. 아마도 내년부터 뮤지컬 프로듀서들은 국내에 부족한 뮤지컬 전문 연출가의 빈 자리를 해외 전문가들로 더 채우기 시작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시장을 활성화하고 공연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일 수도 있다.

 

 

모든 콘텐츠 작품은 창작자의 힘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된다. 능력 있는 창작자가 많을수록 성공작도 많아진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잠식에서 벗어나 한국 영화처럼 한국 창작뮤지컬 시장으로 본격화되려면 창작자 육성과 그들의 실험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뮤지컬은 오랫동안 숙성시켜 잘 만든 공연 한 편이 10년, 20년 장수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창작뮤지컬의 대표적 공모제 출신 성공 사례인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2011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와 2012년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의 ‘예그린 앙코르’, 두 개의 창작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인큐베이팅된 공연이다. 당연히 2013년에 300석 규모의 충무아트홀 블랙홀에서 정식 공연을 시작할 때는 완성도가 보장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중극장 규모(두산아트센터)로 공연을 키워 평균 90%의 객석 점유율을 자랑하며 롱런하는 효자 상품의 반열에 올랐다.

 

창작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PMC프로덕션이 2007년에 120석의 PMC 자유극장에서 초연해 2008년 600여석의 두산아트센터, 올해 700석 규모의 홍익대 아트센터로 단계적으로 공연 규모를 늘린 대표적인 모범 성공 사례다. 

충무아트홀이 40억원 규모로 제작한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뮤지컬판 ‘쉬리’라고 할 만큼 지난해 초연 대성공에 이어 올해 재공연도 흥행 중이다. 여러 성공 요인 중 하나는 5년간 숙성시킨 왕용범-이성준의 대본과 음악 파트너십이다. 

예를 든 세 작품 모두 2∼3년 이상의 창작 숙성 과정을 통해 공연 규모와 완성도를 키워왔다. 그만큼 창작자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준 것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또 예측한다. 5년 후 반드시 창작뮤지컬 시장이 온다고. 단, 전제는 한국의 창작뮤지컬 프로듀서들과 창작자들이 몇 년간 한 작품에 사활을 거는 노력에 미래의 희망을 믿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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