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 “아름다운 예술인賞 받았지만 제가 아름답지 못해 상금 기부” -문화일보

고선웅 “아름다운 예술인賞 받았지만 제가 아름답지 못해 상금 기부”

 

 

▲  연극·뮤지컬·창극 등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고선웅 연출은 올해 ‘한국인의 초상’ ‘곰의 아내’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작년 ‘올해의 연출가상’ ‘베스트 연극’ 등 싹쓸이 연출가

“뭐, 그냥…. 제가 아름답지도 않고 예술인도 아닌 것 같아서….”

지난해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아름다운 예술인상’ 연극인 부문을 수상하고, 상금 2000만 원을 연극연출가협회에 전액 기부했다. 훈훈한 미담으로 분위기를 띄워 보려는데, 반응이 영 싱겁다. 이 덤덤한 ‘남자’가 지난해 공연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주인공, 고선웅(마방진 대표·48) 연출이다. 연극, 뮤지컬, 창극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고 연출은 지난해에만 국내외 7편의 작품을 올렸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베스트 연극으로 꼽혔고, 대형 창작 뮤지컬 ‘아리랑’은 호평과 함께 대중적인 지지도 이끌어냈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주는 ‘올해의 연출가상’도 받았다.

그러니 올해 예정된 ‘한국인의 초상’(4월, 국립극단)과 ‘곰의 아내’(7월, 남산예술센터)가 공연계 안팎의 관심을 끄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고 연출을 지난 19일 남산드라마센터에서 만났다.

―한 해에만 7개의 작품을 했다. 다작이다. 지난해 가장 바쁘고, 가장 뜨겁게 보낸 인물 중 한 사람이다.

“대학 때 선배가 뭘 시켰는데, ‘바빠서 안 된다’고 했다가 ‘이 자식아, 넌 평생 그렇게 살 거다’란 소릴 들은 이후 계속 바빴다.(웃음) 공연은 협업이다. 지쳤을 땐 주변 도움으로 다시 탄력을 받았다. 2015년은 마방진 창단 10년,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4년을 끝내고 ‘야전’으로 돌아온 첫해라 더 긴장했고, 욕심도 부렸다.”

―함께 일했던 배우들 중에 또 같이 일하고 싶다는 배우들이 많다.

“배우들이 나랑 일하고 싶어 한다는 건 몰랐는데…. 폼 안 잡고, 마음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는 게 이유일지도. 난 인정할 건 빨리 하는 편이다. 작품 하나 진행하기도 벅찬데, 그런 걸로 기력을 탕진할 시간이 없으니까. 연습 중엔 ‘연극이란 이런 것’이라고 믿는 것들을 자주 이야기하며, 연극 철학을 공유하려고 한다.”

―배우들과 철학을 공유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전원주택, 오피스텔, 아파트 중에 어디서 살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똑같은 집을 고르는 거다. 마방진은 놀이처럼 즐겁게 연극을 하자는 취지로 창단했다. 이걸 공감하는 사람들끼리라면 부연 설명 없이 곧바로 연극을 시작할 수 있는 거다.”

―연극, 뮤지컬, 창극 등 장르를 넘나들어 ‘각색의 귀재’라고 불린다.

“원작자의 마음을 훼손하지 않는 데 집중한다. 무대에 올릴 명분이 있는지, 어떤 실리가 있는지 고민한다. 또 배우나 스태프나 관객이 이 작품으로 과연 행복할지 상상한다. 이게 충족된다 싶으면 열심히 하고, 아니라면 시작조차 않는다.”

―연출 방식이나 표현 등에 있어서 ‘고선웅식 애이불비(哀而不悲)’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건 연극의 본래 성질이다. 그래야 재미있지 않나. 사랑은 미움처럼, 슬픔은 기쁨처럼 반대로 표현해야 감정이 배가된다. 감정선을 곧이곧대로 보여주면 탐구적이긴 해도 지루해서 놀이가 되긴 힘들다. 배우들이 연습 전부터 슬픔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난 그러지 말라고 한다. 슬픔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놓고 즐겨야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유쾌하게 작업할 수 있다.”

―마방진 단원 선발 조건이 ‘척추가 꼿꼿한 사람’에, 만장일치제라고 들었다.

“단원들이 모두 좋아하는 사람을 뽑아야 허물이 있거나 잘못을 해도 덮어준다. 척추가 바로 선 사람은 말 그대로 ‘바른 사람’이다. 음흉하거나 비겁하지 않고, 구김살 없고, 밝고 ….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할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꼿꼿하면 아름답다. 지하철에서 정좌(正坐)하고 책 읽는 스님을 본 적이 있다. 주변까지 환해지며 빛났던 기억이 있다. 아, 그런데 내 척추는 그다지 꼿꼿하지 않다, 하하.”

―마방진은 마술적 사실주의를 추구한다고 하는데, 올해 신작 중 어떤 게 여기에 가깝나.

“사실 그건 멋있어 보이려고 했던 말인데…. 초창기엔 허무맹랑하지만 연극이나 문학적으로는 관용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다만, 신작인 ‘곰의 아내’에선 마술적 사실주의를 좀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연출을 맡았던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창극 최초로 해외 진출을 한다.

“4월에 프랑스에서 공연한다. 누군가 ‘국위 선양’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애국심이 생긴다. 정말 국위 선양하고 싶다는 의지가 막 생긴다.”

―연출 작품 대부분이 ‘화해’ 혹은 ‘화평’으로 마무리되는 게 특징이다. 무대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인가.

“뒤에 뭔가를 남기는 게 싫다. 상생, 평화, 사람 사이를 좋아지게 만드는 것. 그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 갈등이 있으면 풀어야 하지 않나. 난 계속 그걸 추구할 것 같다. 뭐든지 좋게 봐야 좋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 좋은 게 하나도 없는 게 인생이다. ‘한국인의 초상’에서는 한국인의 화(火)를 다루려고 한다. 이 화 역시 꽃이 피게도 하고(花), 평화(和)도 오게 하는 화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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